투자는 본질적으로 운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식보다는 행동이 중요하죠. 투자에서 행동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사는 것(buy)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살(buy) 것인가는 어떻게 행동할(do)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입니다. 대표적인 부동산 하락론자인 광수네 복덕방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실력이라는 착각
한국에서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를 시작했고, 주가가 오르면서 부자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운이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내가 아니라 남이 중요합니다.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타인의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겸손만이 살아남는다
개인의 노력과 투자의 성과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겸손’이라는 덕목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운을 인정하면 겸손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리와 위치를 알고 스스로 반성하는 일은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마음가짐입니다. 저자는 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사이클을 제시했는데, 제가 나름대로 재구성해봤습니다.
투자 성공으로 이르는 FSHM 사이클
Fortune > Stay > Hope > Modesty > Fortune
투자의 성공이 운(Fortune)에 달렸다는 것을 알면, 운을 만나기 위해 오래 시장에 머물러야(Stay) 합니다. 오래 시장에 머무르려면 운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Hope)이 필요하고, 그 희망을 지속시키는 것은 겸손(Modesty)입니다. 여기서 희망은 낙관과는 다른데, 행동하지 않으며 근거없이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낙관이요, 운으로 움직이는 시장임을 깨닫고 현실적인 판단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희망입니다. 이렇듯 겸손을 통해 내가 왜 성공하거나 실패했는지에 집중하면 운으로 움직이는 자산 시장에서 오래 버텨낼 수 있고, 결국 운(Fortune)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변화를 인정하라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은 항상 오르거나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르면 내리고, 내리면 올랐죠. 하지만 사람들은 오를 때는 오르기만 할 것처럼, 내릴 때는 내리기만 할 것처럼 생각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마음이 시장의 변동성을 부채질하죠. 우리는 시장이 변하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려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많을수록, 공급이 부족할수록 가격이 상승하는데요.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가 수요의 증가라면 수요는 또 다른 수요를 일으키며 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에 공급의 감소라면 가격상승이 일시에 그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조금 다른데요. 같은 가격 상승이라도 거래량에 따라서 그 이유가 달라집니다. 가격이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면 가격 변동의 원인을 수요의 증가로 봐야하지만, 가격이 상승하는데 거래량이 줄어들면 공급 감소를 가격 변동의 원인으로 봐야합니다.
한편, 수요가 적을수록, 또 공급이 많을수록 가격은 하락하는데요. 이 때 수요가 감소해서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라면 단기에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요 감소가 추세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공급이 증가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면 향후 공급이 줄어들 경우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본질에 집중한다
이 파트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의 본질을 다루는데요. 주식 투자의 강점은 언제든 현금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보다는 ‘무엇’을 살까 집중해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의 강점은 ‘사용가치’입니다. 주식은 구매해봤자 사용할 수 없지만, 부동산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반면에 언제나 사고팔 수 없기 때문에 ‘언제’에 집중할 것을 권합니다.
저자의 생각은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현명한 투자자는 ‘언제’와 ‘무엇’모두 집중해야 합니다. ‘무엇’을 통해 자산의 적정가치를 파악하고, ‘언제’를 통해 적정가치보다 저평가됐을 때 사야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일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떤 일을 잘 하려면, 그 일을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그 일을 구성하는 구성요소 중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하구요. 저자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무엇이 중요한 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는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질문을 4가지로 구분합니다. 중요한 질문과 중요하지 않은 질문, 긴급한 질문과 긴급하지 않은 질문입니다. 이는 다음의 표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구분 | 긴급함 | 긴급하지 않음 |
중요함 | 중요하면서 긴급한 질문 | 중요하면서 긴급하지 않은 질문 |
중요하지 않음 | 중요하지 않은데 긴급한 질문 | 중요하지 않고 긴급하지 않은 질문 |
우리는 늘 중요하면서 긴급한 질문을 해결하느라 중요하면서 긴급하지 않은 질문을 뒤로 미룹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히려 중요한데 긴급하지 않은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만의 판단 기준을 설정하라
자가 점유 비율은 일반 가구 중에서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직접 살고 있는 주택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반면, 자가 보유 비율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거주하고 있지 않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2020년 우리 나라의 경우 자가 점유 비율은 57%임에도 불구하고 자가 보유 비율은 전국 61.3%로 자가 점유율보다 훨씬 높습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수요가 많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한편 저자는 주택의 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이 건설사의 공급 물량이 아니라 매도하는 물량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다른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와는 다른 의견이라 새로웠습니다. 또, 그는 향후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아파트의 높아진 가격으로 인한 유효 수요의 감소와 매도 물량의 증가가 가격 하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사자의 사냥 법칙
좀 의아합니다. 1장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부동산은 ‘어떻게’보다는 ‘언제’가 중요하다고 해놓구서, 이 파트에서는 또 ‘어떻게’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의 변명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저자는 부동산의 가격이 바닥일 때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바닥이란 저점의 가격이 아니라, 매수 후의 충분한 상승 여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거래량이 충분할 때 매수해야 하며, 가격은 하락하는데 거래량은 추세적으로 상승할 때가 최적의 매수 시점이라고 추천합니다.
큰 판을 읽어라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투자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내 집을 마련 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이해하고, 투자하는 마음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투자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시장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고,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내 집 마련 프로젝트
- 객관적 지표로 내 집 리스트 만들기
내 집 리스트에 올라갈 아파트를 고르는 객관적 지표는 거래회전율과 투자 비율입니다. 거래회전율이란 전체 세대에서 1년 동안 몇 채가 거래되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으면 사기도 팔기도 쉽지 않습니다. 투자 비율이란 전체 세대에서 2년 동안 전월세 거래가 얼마나 되었는지를 통해 계산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 투자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말은 투자하기 좋은 아파트라는 말이고, 투자 비율이 높을 수록 가격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 주관적 지표로 내 집 리스트 만들기
주관적 지표란 주거 만족도를 의미합니다. 저자는 교육, 교통, 안전, 신축 4가지 범주로 주거 만족도를 측정합니다. - 변화를 확인하기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지표로 내 집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이제 시장과 개별 아파트의 가격과 거래량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래량과 가격 변화의 원인을 공급의 측면과 매도 물량의 측면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저자는 줄곧 아파트의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공급이 증가하고, 아파트의 공급이 증가하면 매매 가격이 하락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매도 물량이 증가하는데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건 바로 높은 호가로 인해 실제 거래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렇듯 늘 시장참여자로 희망을 가지고 겸손히 머물러야 부를 잡을 수 있습니다. - 투자 전략 세우기
저자는 두 가지 원칙을 세우고 투자에 임합니다.
(원칙1)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빠진 지역과 아파트를 매수한다.
(원칙2)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오르고 있는 지역과 아파트를 매수한다.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부동산 시장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과 부동산은 땅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3장에서 다룹니다.
어떻게 될 것인가
고령 세대가 집을 판다면
우리나라의 연령별 부동산 비중은 30대가 53%, 40대가 67%, 50대가 70%, 60세 이상이 78%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징입니다. 미국의 나이가 들고 소득이 증가할수록 부동산 비중이 점차 낮아진다고 하네요. 게다가 미국 평균 가계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저자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로 나이가 들수록 더 높은 가격의 집으로 옮겨 가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주목할 점은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려면 고령 세대들이 보유하고 있는 높은 가격의 집을, 젊은 세대가 그 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데요. 저자는 이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혁신은 없다
통화료, 자동차, 전기료, 자전거, 달걀의 실질 가격은 100년 전에 비해 하락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통화량이 증가하며 가격의 상승을 야기하는데 왜 이들의 가격은 하락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혁신과 생산성의 향상입니다.
부동산은 기술의 혁신이 없는 분야고,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성의 향상도 가져올 수 없는 분야입니다. 이런 분야의 사용재는 장기간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이 사용도 할 수 있고 투자도 할 수 있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한 미래에도 계속해서 투자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동산 정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부동산 정책은 크게 세금과 대출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세금을 통해 정책효과(상승 억제)를 보기가 힘든데요. 해당 정책이 언젠가는 바뀔 거라는 믿음과,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집값 상승분을 챙겨가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편 집값이 떨어질 때 집값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은 투자 수요의 증가 혹은 매도 물량의 감소입니다. 이 때는 세금이 낮아진다고 해서 투자 수요가 바로 증가하기는 힘들고, 다만 잠재 수요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습니다.
한편 대출 정책은 집값이 떨어질 때 대출 완화를 통해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대부분 무주택자들이 그 수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집값이 오를 때는 대출을 규제한다고 해서 집값을 바로 떨어뜨리기는 힘든데요. 대출 규제가 투자 수요 감소와 매물 증가로 이어져야 집값이 떨어지는데, 이 대출 규제는 신규 대출에 한한 규제이기 때문에 매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또 대출 규제는 세입자의 전세금을 이용해 투자를 하는 갭 투자자에게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정책이 집값이 오를 때보다 떨어질 때 더 크게 시장에 반영된다고 주장합니다. 오르는 집값을 정책으로 누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누른다고 하더라도 풍선효과로 인해 다른 곳이 터질 뿐입니다. 반면, 집값이 떨어질 때의 부양 정책들은 무주택자나 자산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때문에 효과적입니다.
광수네,복덕방의 투자 전망 리포트
지금까지 저자는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하면서 거래량이 증가한다고, 반대로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량도 줄어든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을 수요라고 보는거죠. 부동산 흐름의 본질을 공급이라고 생각하는 포이와는 다른 시각입니다. (참고: 20대부터 시작하는 부동산 공부 리뷰)
매도 회전율
그는 가격은 하락하는데 거래량이 증가할 때가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덧붙여 ‘매도 회전율’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매도 회전율이란 매도 물량 대비 매매 거래가 되는 비율입니다. 매도 물량이 증가해서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매도 회전율이 함께 상승한다면 매매 가격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매도 물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매도 회전율이 하락하면 매매 가격의 하락폭은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변화에 있어서 매도 회전율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며 인상깊었던 내용이 많습니다. FSHM 사이클, 수요와 거래량, 거래회전율과 투자 비율, 매도 회전율은 잘 메모해두었다가 두고 두고 곱씹어야겠습니다.
경제 도서를 느리게 읽고 리뷰합니다.